[기획-스마트건기와 5G] 반자동 건기 원격관리시대 시작됐다

유영훈 | 기사입력 2019/02/04 [09:15]

[기획-스마트건기와 5G] 반자동 건기 원격관리시대 시작됐다

유영훈 | 입력 : 2019/02/04 [09:15]

완전 자동화 앞 ‘머신컨트롤’ 단계
건기산업 전반 일감 구조조정 예고


 
4차 산업혁명이 건설기계산업에도 스며들고 있다. 자동화(AI)와 5G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건기의 스마트화가 촉진되며 자동화와 원격관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와 정부는 스마트건기에 승부수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가 그 현장을 살펴봤다.

 
△5G와 건기=중국 상하이에서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바우마 차이나’(Bauma China) 전시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G 원격제어 스테이션에 앉았다. 조종간을 움직이자, 880㎞ 떨어진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 굴삭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28톤급 대형굴삭기가 육중한 붐을 움직여 흙을 퍼내고 부으며 땅고르기 작업을 수행했다.

이날 시연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저지연 영상송신기가 한몫했다. 인천 굴삭기에 장착된 5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작업현장 영상데이터는 고압축과 저지연으로 상하이 원격제어 스테이션 모니터로 전송됐다. 말단의 무선 구간통신에 5G기술이 활용돼 작업명령 전달신호가 굴삭기까지 전해지는 시간은 0.08초에 불과했다.

이 같은 건기 원격제어기술은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기 어려운 위험 지역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윤기중 두산인프라코어 책임연구원은 “지뢰제거나 아니면 방사능오염지 작업을 하고 싶은데 사람이 들어가기 위험할 때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제어는 올 국내 상용화하는 5G통신망과 결합해 그 위용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5G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갖고 태어난 5세대 통신기술. 4G(기존) 대비 처리용량 100배(초저지연), 속도 20배속(초고속)에 달한다. 1㎢ 반경 안 100만개 기기에 서비스를 제공(초연결)할 수 있다. 시속 500㎞속도에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할 정도다.

현대건설기계는 5G를 이용한 스마트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측량 전문기업인 미국 트림블(Trimble)과 스마트건기 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2020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신사인 SK텔레콤은 5G통신을 포함한 스마트건기의 원격조종과 안전작업 솔루션을 개발하고, 트림블은 드론을 이용한 측량과 변환 및 건설공사 운영효율향상 솔루션 개발에 각각 나선다. 김대순 현대건기 부사장(R&D 본부장)은 “5G 통신망과 이 솔루션이 접목되면 건기의 자율작업 및 원격제어가 가능해진다”며 “효율성은 크게 높이고 현장위험은 줄이는 등 건설현장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대건설의 스마건설 공정 구상도. 스마트건기의 원격조종과 안전작업 솔루션과 드론을 이용한 측량과 변환 및 건설공사 운영효율향상 솔루션이 핵심이다.     © 유영훈


볼보건설기계는 아직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반자동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이후 5G 통신망을 활용한 새 자율제어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9월 자율주행 덤프트럭과 휠로더, 무인 화물운반차량 시제품이 운전자나 원격조종자 없이 채석장에서 골재를 실어 나르는 현장을 공개한 바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기계끼리 통신을 하면서 휠로더가 퍼 옮기는 골재를, 덤프트럭이 담아 목표 지점에 옮기는 작업을 가능토록 한 것. 5G 이전에 스마트건기를 실현한 셈이다.

어태치먼트 스마트화도 개발 대기상태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올 가을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로 연면적 1만4500㎡ 규모(기존의 5배, 3백억원 투자)의 새 공장으로 이전하는데, 개발중인 스마트 브레이커 테스트를 상반기 완료하고 하반기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기부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5G를 접목한 브레이커로 암반 특성을 예측하는 기능을 갖췄다. 암반 종류에 따라 타격 강도를 자율 조절하며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토록 했다. 고장도 사전 감지한다. 이원해 회장은 “성능과 품질로 선택받는 선진국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통신 5G, 스마트건기 앞당겨

 
△스마트건설과 건기=스마트건설은 전통적인 토목·건축 기술에 ICT, AI, 드론, 로봇,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융합한 것을 말한다. 건설 기계화·표준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기본 목표다.

스마트건설의 흐름을 그려보면, 건설부지를 드론이 신속 정확하게 측량한다. 이 정보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설계가 이뤄지며 시공 시뮬레이션 뒤 최적의 공정계획에 따라 건기가 투입된다. 건기는 원격 관제로 자율작업을 한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부재들이 건설현장에서 정밀하게 조립된다. 실시간으로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통제하며 시공과정을 디지털화해 플랫폼에 저장하고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건기는 스마트건설의 한 축. 건기 반자동 및 원격관리가 그 핵심이다. 일본 코마츠(komatsu)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전 세계 완성건기업체들이 앞 다퉈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반자동 건기가 현단계에서는 최선. ‘절토제어시스템’ 또는 ‘머신컨트롤’이란 이름으로 호칭되는 반자동화를 말한다.

머신컨트롤은 크게 2D와 3D(3차원)로 구분된다. 2D는 센서와 디스플레이로 구성, 건기 작업시 굴착 깊이와 사면 각도 등을 알려준다. 3D는 레이저와 GPS 등이 추가돼 건기 작업이 더욱 세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간 굴삭기에 측량기사가 따라다니며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굴착할 지를 지시했다면, 머신컨트롤을 활용하면 작업지시자가 필요 없게 된다. 4개의 센서(3개는 붐 1개는 본체 중간), 2개의 위성수신기(뒤편 상단), 1개의 모니터와 1개의 중앙컨트롤박스만 장착하면 된다.

굴삭기 조종사는 건설사로부터 드론을 통해 얻은 설계도를 모니터에 재연, 어디를 어떻게 굴착해야 하는 지를 파악한다. 어떤 각도로 얼마만큼의 깊이와 양을 파낼 지를 모니터(컴퓨터)가 알려준다. 오차범위는 1~2cm 수준. 불도저·모터그레이더·아스팔트피니셔에도 장착할 수 있다. 아스팔트피니셔의 경우 도로의 각이나 높낮이를 구간마다 계산해 정교한 포장을 자동으로 해낸다. 불도저의 경우, 앞뒤로 움직이는 조종만 하면 자동화 장치가 노반의 높이를 원하는 구간에 맞춰 고르게 만들어 준다.

반자동 건기는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와 안전사고를 줄인다. 국내 첫 반자동 건기를 도입한 영신디엔씨에 따르면, 공기와 경비를 40% 가까이 절감했다. 180일 시공일수가 109일로 단축되고, 1일 공사면적이 250㎡에서 334㎡로 확대됐다. 작업인원도 100명에서 19명으로 줄었다. 최평호 영신디엔씨 이사는 “이 장치로 작업을 해보니 기술 완성도가 최고라 할 정도로 시공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의 건기 스마트화는 원격관리.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기술이다. 제조사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습은 비슷하다. 텔레매틱스(Telematics, 건기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술이다. 현대건기는 ‘하이메이트’,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커넥트’, 볼보는 ‘엑티브 케어 다이렉트’라 부른다.

이 기술은 먼저 건기의 작업·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연료량, 고장여부, 작업현황 등을 알려준다. 건기 이동궤도로 운반회수를 알고 작업량을 확인, 생산성을 높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건설은 가상공간인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는데,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시스템이 더욱 스마트해진다.

2025년까지 스마트건설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국토부는 △건설 생산성 50% 향상 △건설 안전성 향상(사망자 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1.66명→1.0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공공의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현장안전관리시스템인 ‘하이오스(HIoS)’를 구축하고 2020년부터 전체 건설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스템에는 노동자 위치확인, 건기협착·충돌방지, 풍속감지, 흙막이 가시설 붕괴방지의 6종 기술이 내재된 상태다. 한라건설은 최근 경기도 하남 주택공사 현장에서 스마트건설을 적용하고 있다.

건기 제작사들도 보폭을 맞춰 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완성건기업체는 한 머신컨트롤업체와 OEM계약을 맺었다. 올해 하반기 머신컨트롤을 장착한 신제품을 판매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다른 완성건기업체는 머신컨트롤을 자체개발 중이다.

현대건설기계는 건기 판매뿐만 아니라 건기의 현장 관리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갈 계획을 밝혔다. 단순 판매를 넘어 토목·건설현장 전반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을 예고한 셈.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도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로 범위를 넓혀 드론을 활용한 3차원(3D) 측량, 건기 작업량 산출 및 시공계획 수립 자동화, 건기간 협동 등 건설 현장의 자율 작업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따라서 스마트건기 시대를 맞아 대여산업이 렌탈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건설 시공에 따라 종합솔루션을 장착한 건기가 반자동 작업을 할 것이기에 조종 노하우가 없어도 렌탈사(또는 제조사)가 대여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건기제조·판매업체 대표는 “한국에도 종합건기렌탈사가 생길 때가 됐다”고 밝혔다. 

 
토목건설 토탈솔루션 장착 건기 눈앞

 
△스마트건기 어디까지 왔나?=선진국의 스마트건기는 2013년 시작됐다. 국내는 지난해 원격관리가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경사·굴삭 등 반자동화 기술은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자동화 건기들이 집단 협업하는 것이 스마트건기의 이 최종 단계다.

스마트건기 개발 선두 업체인 일본의 코마츠(KOMATSU)는 2015년 스마트건기 시공을 선언했다. 한해 5천건의 시공실적을 올리고 있다. 드론으로 계측하고, 3D 설계안과 자동 굴착정보가 확인된다. 건기는 시공기술자 제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준공 후 데이터까지 관리해준다.

그에 비해 한국 건기산업은 조종사 보조기능과 텔레매틱 솔루션을 부여한 스마트 건기 상용화에 머물고 있다. 이 마저도 재래건기 신흥국 수출전략에 밀려 관심밖이라는 지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한 연구원은 “2~3년 뒤면 후발기업의 저가범용 건기와 선진 스마트건기의 양극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스마트건기 생산에 더 공을 쏟고 있다. 중국 1위 샤니(SANY)는 2013년부터 IoT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CPS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3위 XCMG는 ‘스마트 제조 공장’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국에 기술수준까지 밀리면 중국시장 선전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선진 건기업체와 기술차를 줄이려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가시화하면 한국 건기제조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렌탈 출현 우려, 조종사 긴장

 
△스마트건기와 조종사 관계=스마트건기에 따른 건기 조종사의 실업위기가 업계의 큰 염려다. 조종사 온라인모임 ‘중기인’에 올라온 누리꾼의 글을 보면, ‘청주83 내차는 언제 사’(아이디)는 “밥그릇을 컴퓨터와 로봇이 위협하는 시대가 온다”고 우려했다. ‘nubija80’ 역시 “무인자율 운전으로 운전직업이 없어진다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기도 방심하면 안되겠군요.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고 언급했다.

실제 이들의 염려처럼 자동화로 세계 노동자의 15~30%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46개국 800개 직업, 2000개 업무를 분석한 ‘없어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공지능(AI)·로봇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2030년까지 세계 4~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분석했다. 세계 노동자의 15~30%가 실직할 것이란 전망.

일 형태가 바뀌며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예견도 나온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건기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위험하고 힘든 노동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 맥킨지 보고서도 2030년까지 7500만~3억7500만 명(세계 노동자의 3~14%)이 직업을 바꾸고 새 기술을 익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기업계는 미래 새 일자리로 건기전문조종사, 무선건기조종사, 건기안전관리사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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