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자체 ‘널뛰기’ 건기행정, 불분명법규와 전문성결여 탓

건설기계신문 | 기사입력 2019/04/19 [15:48]

[기획] 지자체 ‘널뛰기’ 건기행정, 불분명법규와 전문성결여 탓

건설기계신문 | 입력 : 2019/04/19 [15:48]

매매사무실공무원마다 기준 달라

수출이행신고 과태료 법원서 뒤집혀

수급조절 영업용건기 부정등록 수사

 

자치단체의 자의적이거나 제멋대로 행정이 말썽이다. 건기매매업 등록, 중고건기 수출이행신고, 수급조절 영업용건기 부정 등록 등 여러 논란과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가 그 내용을 들춰본다.

 

매매업 등록, 애매한 법과 행정=전북에서 건기정비업을 하는 김중호(가명). 최근 지자체의 건기매매업 등록 행정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 애매한 법과 공무원의 널뛰기행정에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다.

 

김씨는 1997년부터 건기정비업을 해왔다. 수익이 줄자 3년전부터 건기매매업을 겸하고 있다. 매매업을 등록할 때 건기정비업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려다 공무원의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무실을 요구한 것. 결국 월세로 빌려 신고했다.

 

올해 3월 사무실 임대차계약이 끝나자 건기정비업 사무실을 사용하려고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거부됐다. 인근 지자체 건기담당 공무원의 조언을 듣고 자신했는데 불발된 것. 업계 한 언론의 관련 기사도 참고했지만 풀리지 않았다.

 

김씨는 자의적 행정이라 판단하고 중앙부처에 질의했다. “곧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15일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 다시 전화 해 물으니 깜빡 잊었다는 해명을 들어야 했고 며칠뒤 답변서를 받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업계 민원 질의응답 사례를 보내왔다.

 

결국 김씨는 포기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무원들의 자의적 행정에 건기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힘들어 하고 있다나이도 있고 해서 몇년만 더하고 사업을 접을 생각이라 그냥 물러나고 말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건기법 시행규칙 제63조 별표16을 보면, 건기매매업 수행에 필요한 사무설비 및 통신수단을 갖출 것(이외 주기장과 하자보증금이 등록 기준임)이라 규정하고 하다. 2015년에 개정됐는데, ‘16미터 이상제한을 폐지한 것. 외근 영업 특성을 반영, 사무실 면적이 33㎡→16㎡→제한폐지로 개정돼 왔다.

 

사무실은 아무리 작더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법 취지. 하지만 영세업자들에게 자금이 문제. 영세 업계 특성상 비용을 줄이려는 건 당연. 그래서 김씨처럼 사무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노력이 적잖은데, 행정은 막무가내였다

 

국토부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독립된 건기매매업 사무실 공간을 확보(사무실에 대한 임대차 계약 등)해 등록해야 한다는 것.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로 사무실 용도가 가능한 장소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건기정비업 옥내작업장 사무실 안에 별도로 건기매매업 사무실을 마련하면 등록이 가능하다는 게 최종 결론.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이고, 사무실 용도로 가능하기 때문. 정비업 사무실을 나눠 별도 매매업 사무실로 신고하면 되는데, 그냥 같이 쓰겠다고 해 거절된 것.

 

국토부가 또 하나 문제 삼는 건 사무실용으로 부적합한 창고, 건축물이 아닌 컨테이너 등이다. 자택도 사무실로 인정 못한다고 했다. 사무용도가 아니라서란다. 그런데 김씨는 자택 일부를 건기정비업 사무실로 신고·활용하고 있고, 거기에 건기매매업 사무실까지 활용하려다 문제가 됐다. 하지만 김씨의 정비업장은 자택 한편에 마련한 엄연한 사무실이 분명하다.

 

건기매매업 사무실 기준과 관련한 본지 취재 과정에서, 아파트(자택)와 컨테이너 등을 건기매매업 사무실로 등록해 준 사례가 있었다. 경기 북부의 한 지자체에서는 소형버스를 건기매매업 사무실로 인정한 적이 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증언했다.

 

건기매매협회 한 관계자는 건기매매업 사무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자체 별로 등록 기준이 들쭉날쭉이라며 행정이 명확한 기준 없이 공무원마다 자의적으로 이뤄지면 그 피해는 업계가 다 지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김씨 건을 처리한 담당공무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원인의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멋대로 과태료, 소송으로 되찾아

 

중고건기수출 이행신고, 자의적 행정=부산에서 중고건기 수출업을 하는 이승만씨. 지난해 6100만원의 과태료를 맞았다. 521일까지 수출이행신고를 해야 하는데 기간을 어겼다는 것. 하지만 이씨는 기간내 수출이행신고를 했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건기법 제64항에는 등록말소(수출말소)일부터 9개월 이내에 시·도지사에게 수출이행을 신고토록 하고 있다. 기간 내 수출하지 못하면 폐기말소 또는 재등록을 해야 한다. 어길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건기법 442)를 부과한다.

 

이씨는 20178223.5톤 중고지게차를 매입해 수출말소를 했다. 필리핀으로 수출하려고 지난해 515(신고만료기간 521) 부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 수출이행신고를 했다. 규정대로 9개월 이내(만료 6일전) 신고한 것.

 

하지만 부산시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선박 출항일자 기준으로 9개월을 산정한다행정관청에 기간 내(6일전) 수출이행신고를 해도 이씨의 중고건기를 실은 선박이 21일 이후 출항해 규정위반이라고 판단한 것.

 

이씨는 똑같은 처분을 이전에도 받은 적이 있다. 15톤 덤프트럭을 2016128일 매입(수출말소)하고 이듬해 828일 수출이행신고를 했다. 신고만료가 97일인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받았다. 태풍으로 선박 출항이 늦어졌는데, 이씨가 책임을 지게 된 것.

 

이씨 외 상당수 수출업자들이 이런 과태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씨는 이의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자연재해나 선박회사 여건으로 출항이 늦어지는 책임을 왜 기간내 수출이행신고를 마친 수출업자에게 떠넘기냐고 반박했다.

 

자치단체의 자의적이거나 제멋대로 행정이 말썽이다건기매매업 등록중고건기 수출이행신고수급조절 영업용건기 부정 등록 등 여러 논란과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건설기계신문



이에 국토부는 지자체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수출업자가 수출말소 9개월 내 수출이행신고를 했다면 출항 일정과 무관하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것. 반면 부산시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수출이행신고를 한 뒤 수출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씨의 경우 이의신청을 해 과태료를 면제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부산시의 두 번에 걸친 과태료 부과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해 1010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법원 동부지원(판사 박주영)위반자(이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고, 부산차량등록소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봤다.

 

공금은 쌈짓돈’, 등록시스템은 깡통

 

건기등록, 공무원의 비리·불법=규정을 어겨 자가용을 영업용으로 등록해주거나 이를 대가로 뒷돈을 받은 건기담당 공무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영업용건기를 등록 말소하는 경우 같은 기종의 다른 건기(또는 같은 기종의 다른 자가용)를 영업용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악용한 것.

 

광주경찰청과 일선 자치구의 31일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초 광주 모 자치구 교통과 공무원은 믹서트럭을 영업용으로 등록해주고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믹서는 수급조절 대상 건기. 공급과잉에 따라 2009년부터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광주경찰에 따르면, 건기법 시행령은 특정 조건(직권말소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건설기계를 신규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무원이 건기관리 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대로(신규등록 예외허용 근거자료 없이) 저장·등록이 가능했다는 것. 자동차 업무를 하던 이 공무원은 자리를 비운 건기담당자 대신 업무를 하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것.

 

최근 퇴직한 광주의 또 다른 자치구 교통과 공무원도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추정) 부정하게 영업용건기 번호판을 발급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순천과 보성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공무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같은 부정비리 행정으로 지난 9년간 1550여대의 영업용 믹서트럭이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번호판 장사를 하는 일부 업자와 담당 공무원이 한통속이 돼 자가용을 영업용으로 둔갑시키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 설명했다. 업계는 믹서트럭의 영업용 건기 증가에 따른 부당이득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지난해 723‘2018 건기 수급조절 관련 업무처리요령을 산하 기관 및 지자체 그리고 관련 단체에 통보했다. 뒤늦게 수급조절 시행 건기의 영업용 신규등록 예외적 허용 행정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

 

건기 소유자는 예외적 허용을 원할 경우 말소확인서(외 정기검사 합격사실서 등)를 반드시 첨부해야하고, 등록기관은 신청서류와 말소확인서가 소유자와 동일인인지 그리고 동일 기종인지 등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일선 5개 구청의 건기 관련 행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담당공무원이 업자에게 받은 돈의 규모·성격 등을 살피고 있으며, 부정 등록한 건기의 번호판을 매매하는 사례 등도 조사 중이다.

 

또 다른 건기담당 공무원의 비리도 드러났다. 전남 화순의 한 공무원은 21차례(2012~2103)에 걸쳐 건기 저당권 설정등록 수수료 550960원을 세입조치 않고 횡령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횡령한 금액과 관련서류를 빼돌려 파기한 혐의도 받았다. 전남 함평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법규 구체화하고 적극행정장려해야

 

제멋대로 행정, 그 이유와 개선방안=이처럼 건기담당 공무원들의 자의적 행정과 부정비리가 난무 하는 것에 대해 건기업계는 법과 행정의 괴리, 공무원의 소극적 태도, 그리고 전문성·도덕성 결여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앞선 사례로 건기매매업 사무실 기준과 수출이행신고 기준 등은 법과 행정의 괴리가 부른 논란이다. 법적 기준이 있지만 정확하지 않아, 실무를 담당하는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행정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의 한 건기담당 공무원은 애매한 법 기준 때문에 실무현장에서는 수많은 혼선을 겪는다중앙부처는 법 기준을 따라 시군이 알아서 하라고만 하는데, 참 혼란스럽다고 말다.

 

공무원 소극행정도 말썽을 부른다. 선배들이 별 문제 없이 해왔다면 그 관행만을 따르는 게 문제. 선행이나 관행화한 것 외에는 거부하는 소극 행정을 부른다. 전북의 한 담당 공무원은 일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 징계 받는다는 말이 있다행정을 잘 하려고 열심을 내다보면 허점이 생기고 그 때문에 징계를 받기 일쑤라며, 적극적인 공무원도 곧 무탈을 바라는 소극적 태도로 바뀐다고 말했다.

 

건기담당 공무원의 낮은 전문성은 자주 언급되는 건기업계의 불만. 건기대여업자 김중현씨는 건기담당 공무원들이 관련 규정을 잘 몰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기담당 공무원들은 수많은 법령과 행정규칙, 그리고 자치법규가 있으며 수시로 개정되다보니 숙지가 쉽지 않고, 또 업무교체가 잦아 쉽지 않다고 어려운 현실을 해명한다.

 

이에 업계는 상급기관의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며 건기업계가 직접 나서서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옴부즈만(시민의 고충을 처리하는 행정감찰관)의 역할 확대 등에 주목한다. 이주성 건기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장은 공무원의 자의적 또는 소극 행정으로 피해가 생기는 걸 줄이려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를 제기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옴부즈만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엄격한 상벌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특별승진 등 폭넓은 인센티브를, 소극적인 태도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에게는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을 내리도록 하자는 것. 행안부는 올해 8월까지 지자체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해 기준 마련 지자체별 실천계획 수립 인센티브 등의 법적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건기업계의 노력도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업계 스스로가 권리를 높이고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 건기대여업자 주형수씨는 건기담당 공무원들에게 건기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적극적인 공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응원해야 한다결국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우리 건기업자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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