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북 건기교류 숨고르기, 용어정리 등 기초사업부터"

건설기계신문 | 기사입력 2019/05/27 [14:25]

[인터뷰] "남북 건기교류 숨고르기, 용어정리 등 기초사업부터"

건설기계신문 | 입력 : 2019/05/27 [14:25]

생산부터 폐기까지 건기의 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이력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고·유휴 건기를 수출할 길이 열립니다. 나아가 건기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돌파구이기도 하고요.”

 

오원섭(67) 남북건설기계교류협동조합(이하 남북건기교류협)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말이다. 국내 완성건기업체에서 34년간 근무했고 기계산업전략연구원장이기도 한 그가 불쑥 건기 이력관리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중고건기시장에서 일본산에 국산이 밀리는 이유를 그리 언급한 것이다.

 

남북건기 교류와 관련해서는 숨 고르기중이라고 했다. 순풍을 타던 남북·북미 관계가 요즘 틀어졌기 때문. 하지만 관련 사업은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간 건기 관련 용어정리와 새터민을 대상으로 한 건기 조종·정비 교육 등. 본 사업이 시작되기 전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굴착기를 가토라 지칭하는 북한과의 용어 차이를 먼저 줄여나가고 또 건기 조종·정비 등을 새터민 대상으로 먼저 시작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합니다.”

 

건기업계의 미래를 특화형 건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가가치를 높인 건기들이 미래 제조산업의 주요 먹을거리가 된다는 것. 하지만 아직 국내서는 특화형 건기에 대한 이렇다 할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GTX나 터널 공사의 수요는 예측되고 있지만 이 공사에 특화된 건기(TBM)) 등은 국내서 생산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해야 합니다. 크롤러 크레인이나 대형 항타기 등도 마찬가지고요. 속히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은 오 회장과의 일문일답.

 

중소 제조·대여·정비 북진출 도우려 설립

 

-조합 설립 배경과 과정이 궁금한데?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8월 남한 건기의 북한 진출을 준비코자 설립했습니다. 건기 제조사를 비롯해 대여사와 정비사 그리고 금융사 등 10여 주체가 회원사로 참여했죠. 북한관련 전문가들도 자문이나 명예임원으로 함께 하고요.

 

지난해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실무협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숨 고르기중이죠. 남북과 북미 관계가 조금 틀어지며 그리됐죠.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까지 동원되며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네요. 올 상반기 방북해 업무협의를 가지려고 있는데, 현재로선 어렵게 됐습니다.

 

 

-조합에서 어떤 사업들을 구상하는지?

남북의 건기 교류 사업들을 구상 중입니다. 남북 건기산업 발전전략 연구사업, 건기 조종·정비 등 교육기반 마련, 건기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조달, 남북 공동 건기 전문 전시회 등이죠.

 

현재는 가장 기초적인 사업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용어정리와 건기 조종·정비 교육 등이죠. 북한에서 쓰는 건기 관련 용어가 남한과 상당히 다릅니다. 예를 들면 굴착기를 가토라고 지칭합니다. 북에 처음 들어간 일본산 가토(KATO) 굴착기 때문이었죠. 남한에서 포클레인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모양이죠. 그래서 그 장벽을 먼저 넘으려고요.

 

또한 건기 조종과 정비 교육 등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새터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보고자 합니다. 실전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사전에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건기 실태는 어떤지요?

10년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북한에 5개 정도의 건기 제조사가 있는데 모두 생산량이 줄거나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개발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건기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한 때 인도네시아에 굴착기를 수출한 적이 있는데 기술력이 떨어져 다시 되돌아 온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의 건기 제조 능력을 엿볼 수 있죠.

 

 

-북한에 필요한 건기 수요는?

기종을 막론하고 연 1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합이 남북 건기교류에 앞장서는 이유는?

대기업은 독자적으로도 북한 진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개별 진출·참여가 쉽지 않죠. 따라서 조합을 통해 유동성·재원 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 연대를 통해 대기업처럼 규모의 경제를 구사할 수도 있고요. 분배나 참여에서는 차별없이 추진할 수 있지요. 현재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가 250여곳 정도 됩니다. 하지만 숨 고르기국면이니 서두르지 않고 상황이 바뀌면 그때 가입을 받으려 합니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가입 희망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려고요.

 

 

중고·유휴 건기수출, 이력관리제 필요

 

 

-북한이 국제(다국적)기업에 더 관심을 보일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

국제기업과의 교류가 이익이 더 크다면 북한도 당연히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우리 나름의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까우면서 말이 통한다는 거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설명하고 교육하기가 쉽죠. 북한이 국제기업에 관심을 높일 수는 있지만, 길게 본다면 다르게 판단할 것이라 봅니다.

 

 

-미얀마에도 접근했다 좌절한 경험이 있는데?

미얀마 진출 준비 당시 저도 참여했습니다. 참여단체와 업계의 요청이 있었거든요. 그 때는 정부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준비 기간도 짧았죠.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공세도 강력했고요.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정부 관심도 높고, 오랜 기간 준비해 왔습니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살펴본 곳이죠. 다만,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기본사업부터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한국의 건기 수급불균형을 어떻게 보는지?

현재 수급 불균형이 맞습니다. 수요가 딸리고 공급은 넘치죠. 저는 이 문제를 수출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고·유휴 건기를 해외로 내보내는 거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본에 밀리니까요. 일본 중고는 국산보다 10% 정도 비쌉니다. 그런데도 잘 팔리죠. 이력관리가 잘 돼 있어서 그래요. 몇년도에 생산돼 누구의 손을 거쳤고 어떤 정비와 검사를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는 겁니다. 이에 정부나 민간단체가 인증까지 해줍니다.

 

하지만 국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관리된 건기인지 알 수가 없죠. 구매하려면 국내로 직접 들어와 여기저길 찾아다녀야 합니다. 일본 건기보다 좀 싸다하더라도 구매과정에 추가비용이 드니 가격이점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건기 이력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봅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을 알 수 있도록 말이죠. 국토부에 관련자료 등을 요구하고 시스템구축을 제안했지만 쉽지가 않네요. 우회해서 ‘IoT기반 건기 원격관리 시스템을 개발중입니다. 중기부 연구개발사업이죠. GPS와 센서 등을 활용해 건기 작업위치, 작업량, 그리고 예비정비 등을 가능케 하죠. 1년안에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면에서도 시판 시스템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겁니다. 누구나 구매해 쓸 수 있도록 최대 1/10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기업계 미래 예측은?

연합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술과 기술의 연합, 사람과 사람의 연합, 시장과 시장의 연합. 지금도 건기 제조업계는 기술을 중심으로 연합하고 있습니다. 또 건기 정비와 대여 개별 또는 소기업들이 뭉친 연합도 그렇고요.

특화형 건기 수요도 늘어날 겁니다. 교량용, 터널용, 도로용 그밖에 도시형 등 공사현장 특화 건기들이 개발되고 보편화될 겁니다. 하지만 국내는 특화형 건기 개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크레인 개발사업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 건기 선진국에 비해 그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험지형·전지형·크롤러(궤도) 크레인의 개발(국산화)이 지지부진하죠. 크레인은 거의 수입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요는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크롤러크레인은 더욱 그렇죠. 따라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터널장비인 TBM(Tunnel Boring Machine)도 마찬가지죠. TBM은 커터헤드를 회전시켜 암반을 압쇄하여 굴진하는 고부가가치와 최첨단 융복합 장비의 성격을 갖는 원형의 회전식 터널 굴진기로, 공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음·진동도 최소화하는 장비죠. 국내선 소형뿐입니다. 앞으로 GTX(Great Train express) 비롯해 많은 터널 공사들이 있을텐데, 개발이 시급합니다. 대형 항타기와 락·점보 드릴도 마찬가지고요.

 

 

특화건기 개발 서둘러야 경쟁력 가져

 

 

-개인 이력은?

군 장교 전역 후 현대중공업에 취직해 2013년까지 34년간 근무했습니다. 이후 TBM장비를 판매하는 이엠코리아 총괄사장직을 맡기도 했고요. 건설·건기와 관련해 정부 및 단체에서 정책·기술·안전 위원을 여러 차례 맡기도 했습니다. 현재 기계산업전략연구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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