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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두번 TF논의 알맹이없이 허송세월
[기획] 한국 중고건기 수출 들여다보기, 중고경매장 활성화 계기되나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7/12/01 [16:32]
현대건기 26일 음성에 개장
정부 말만 앞세워 정책혼선
실태조사 뒤 대안 마련해야


 
현대건설기계(현대건기)가 이달 26일 충북 음성에 중고건기 경매장을 개장한다. 국내 굴지의 제조사가 이 같은 사업을 벌이는 건 처음. 국내외 바이어들이 찾게 되면 중고건기 수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에 본지가 정부의 중고건기 수출 정책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봤다.
 
△국내 첫 제조사 중고건기 경매장=경매장은 충북 음성에 있는 현대건기부품센터에 4만6700㎡ 크기로 들어선다. 26일 첫 경매에 나설 149대의 건기는 이미 등록을 마친 상태. 대부분 현대 제품이지만, 두산과 볼보 제품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일부 개인업자(건기매매업자)도 경매에 제품을 내놓았다.

경매는 건기가 한 대씩 퍼레이드를 하는 동안 경쟁 입찰방식(최고가 낙찰)으로 진행된다. 시작 가격 이상 응찰시만 낙찰된다. 참가하려면 이달 25일안으로 회원 등록하고 100만원의 보증금(100% 환불)을 납부해야 한다. 매매시 2%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현대건기는 올 실적을 보고 정례화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내년부터 연 4회 개최하는 게 확실시 된다”며 “중고건기 수출에 현대건기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기제조사의 경매장 개장에, 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내수판매가 늘며, 대차(중고건기를 매입하고 신차를 판매하는)로 중고건기가 불어나 처분하려는 취지에 긍정 입장. 현대건기 한 관계자도 “딜러들이 매입한 중고건기를 처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로더시장에서 현대건기는 점유율 53.8%를 차지하며 2014년 이후 두산인프라코어가 누려온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굴삭기 시장에서도 3위였던 현대건기가 올 상반기 32.7%(1825대, 1위 두산인프라 40.8%)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건기대여업계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 경매장인 만큼 신뢰할 수 있고 홍보 또한 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권기택(51)씨는 “내수 시장은 신차거래여서 중고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며 “경매로 중고매매(수출) 활성화가 이뤄질 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중고건기 판매와 수출을 담당해 온 매매업계는 부정적 목소리를 낸다. 건기매매협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건기매매업자들이 협력해 중고건기 매매시장에 숨을 불어 넣으면 매우 좋겠지만, 대기업의 독단적 시장진입은 결국 건기매매업자들을 밀어내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기매매협은 현대건기 경매장 운영팀의 협조요청 방문을 받았지만 이렇다 할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형식 협회장은 “건기매매업계에 우선권이나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대기업이 중고건기 수출·판매에서 건기매매업계를 배제한 채 독자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들어냈다.


중고수출, 중국제품에 밀려 별무대책
 

△중고건기 수출=중고건기 수출은 2013년 10월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 개정이 이뤄지면서 2014년부터 통계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 전 중고건기 수출 통계는 사실상 알 수가 없다. 휠(자주식)과 크롤러(궤도) 둘로 구분해 통계가 잡힌다.

자주식의 경우, 2014년 8100만달러(수출대수 2707대) 수출을 시작으로 2015년 9200만달러(2798대), 2016년 8300만달러(2349대)의 수출이 이뤄졌다. 액수로 따지면 3년간(2014~2016년) 2.5% 성장했지만, 수로는 13.2%가 줄어들었다. 궤도의 경우, 2014년 3700만달러(1275대), 2015년 3700만달러(1539대), 2016년 3000만달러(1572대) 수출했다. 3년간 수출액으로 18.9% 하락, 대수로 23.2% 상승했다.

수출국을 보면, 베트남과 파기스탄 두 나라 중심이다. 두 나라는 자주식 중고건기 수출액의 95%(대수 9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의 자주식 수출이 눈에 띄는데, 2014년 1500만달러(525대)에서 2016년 4000만달러(1057대)로 금액으로 166.6%(대수 101.1%) 급성장했다. 베트남은 2014년 3500만달러(1160대)서 2016년 3900만달러(1150대)로 거의 제자리를 지켰다.

궤도의 경우도 두 나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액 70%(대수 68%)를 보였다. 특히 베트남 수출비중이 큰데, 2014년 1400만달러(587대)에서 2016년 2000만달러(1046대)로 수출액이 42.8%(대수 78.1%) 상승했다. 파키스탄은 2014년 1000만달러(16대)에서 2016년 1000만달러(29대)(대수 81.2% 늘어)를 보였다.

△중고건기 수출, 더 어려워진다=지난 3년 국산 중고건기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파키스탄의 괄목할만한 증가에도 전체 중고건기 수출은 자주식 2.5% 상승, 궤도 18.9% 하락을 보였다. 따라서 업계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

그 첫 번째 이유로 역시 ‘중국의 시장 잠식’. 값싼 중국 중고건기가 개발도상국에 홍수처럼 흘러들어오고 있기에 그렇다. 특히 종고건기의 주요 거래처인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 한국중고건기의 주 무대인 동남아에서 중국 중고품에 밀리고 있어서다. 건기산업협 한 관계자는 “한국 중고건기 대다수가 동남아에서 거래된다”며 “이 지역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남아에서 중국 중고품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태국을 예로 보자. 중고와 신규 건기비율은 7:3. 그런데 중국제품이 태국시장을 점하고 있다. 그 뒤를 일본과 한국이 따른다. 2014년 9.4%(중고 및 신차)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이 2016년엔 38.2%로 껑충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그 사이 한국은 12.5%에서 11.8%로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중고건기 시세가 떨어지는 것도 한국 중고건기 수출에 악영향으로 나타난다. 다국적 중고건기 매매 온라인 플랫폼인 ‘마스쿠스(Mascus)' 매물을 살펴보면, 2012년 생산 9천시간 가동 국산 굴삭기가 한국에서는 9만6천달러 가격으로 올라있다. 같은 제조사 같은 기종이지만 2013년식 2500시간 가동(더 좋은 제) 굴삭기가 러시아에서 9만6천달러로 거래된다.

배석호 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제시장의 중고건기가는 떨어지는데 한국 중고품가는 오르니, 수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중고건기가가 높게 형성된 이유를 건기매매업계는 제조업계가 신제품을 판매할 때 구입하는 중고건기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라별 중고건기 수입장벽도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월부터 중고건기(제조일로부터 3년이상 경과) 수입에 이용세(Utility Fee)를 부과하고 있다. 이용세는 15만루블을 기본금액으로 하는데 여기에 별도의 세율을 적용해 추가 산정하고 있다. 굴삭기를 예로 들자면, 17톤 이상 32톤 이하의 경우 이용세율이 25.0. 5천만원짜리 중고굴삭기를 수입할 경우 이용세가 3,750,000루블(한화 7102만원, 15만루블×25.0)가 된다. 5천만원(원금)을 더해 총 1억2102만원을 내야 하는 것. 이용세율이 이보다 훨씬 낮은 신제품과 가격이 유사해지고 만다.

이 같은 중고제품 세부과 문턱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화교권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중국과 밀접한 국가들인데, 건기매매업계는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정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싼(일부러 세금부과) 중고건기 대신 값싼 중국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중국이 압박하고 있다는 것. 배석호 중고건기수출협 전 이사장은 “말레이시아의 한 한국건기 딜러가 지난해 중국의 XCMG(서공) 건기만 취급하는 회사로 갈아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급과잉 해결책, 두번의 ‘실패’
 

△중고건기 수출의 의미=중고건기 수출은 대여업계에 나름 중요한 사안이다. 2013년과 2016년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하며 굴삭기 대여사업자들 위로 차원에서 국토부가 공급과잉을 줄일 정책대안으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3년 국토부 건기수급조절위는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시키며 정책대안으로 중고건기 수출을 제시했다. 건기산업협에 ‘중고수출진흥센터’, 민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장(현 건설산업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고·유휴 건기수출TF(이하 중고건기TF)가 9월 출범했다. 제조·대여·매매 협회 대표 등이 참여했다.

TF는 태국·필리핀 건기매장을 다녀왔고,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현장도 방문했다. TF단장이던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은 국회토론회에서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여업계의 애로해소를 위해 중고·유휴건기를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미얀마 시장 진출방안 논의)을 끝으로 1년반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이병훈 과장은 “지원 가능성과 방법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6년에도 국토부는 굴삭기를 수급조절에서 제외시키고 건기대여업계의 어려움을 감안, ‘수급조절 후속 민관TF’(이병훈 건설산업과장이 담당)를 구성해 중고건기 수출 활성화 등의 방안들을 협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2월 국토부가 운영 중단을 밝혔다.

TF 참여단체인 건기산업협과 건기협이 전건연과 이견으로 불참을 표명해 그렇다고 이유를 밝혔다. 수급조절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전건연(굴삭기 위주 건기대여 실사업자)을 배려해 TF를 띄워놓고 다른 단체들이 전건연과 이견으로 빠지니 TF를 없애 버린 셈이다.

이처럼 국토부가 내세운 두 번의 중고건기수출 TF는 모두 아무런 성과 없이 허송세월을 해왔다. 건기산업협 중고수출진흥센터도 곧 문을 닫게 된다.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건기산업협 한 관계자는 “센터가 활동을 멈췄고, 조직도상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도 얼마 전 해체됐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중고건기 경매장과 집적단지 조성도 유야무야. 경산과 안산 그리고 군산 등에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조성될 예상이었지만, 한 곳도 조성되지 않았다. 산자부가 예산 8억원을 확보했지만,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으며 삭감됐다.

해외건설현장 중고건기 투입도 쉽지 않은 실정. 현지까지 배송비가 만만치 않으며, 결국 현지조달보다 불리하기 때문. 세계 최대 돔 공연장 중 하나인 ‘필리핀 아레나’를 준공한 한화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지 건기를 사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강한의지 정책마련 노력을
 

△중고건기 수출 어떻게 해야 하나?=수급조절을 대신해 건기 과잉공급 해결사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고건기 수출. 성과도 진척도 없어, 정책 효용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부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에 걸친 TF운영 중단에 책임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 이주성 전건연 회장은 “TF를 통해 건기업계 애로사항을 해결한다고 해놓고 뭉개버렸다”며 “우선 위기부터 벗고보자는 미봉정책으로 업계를 조롱한 국토부의 처사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고건기 수출을 위한 효용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건기매매업자는 일본의 중고건기 수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담당공무원과 건설사, 엔지니어, 금융사, 건기대여업계가 머리를 모으고,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 연식제한 등 장벽을 넘기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나 정부개발원조(ODA) 활용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고건기 수출만이 아닌 다른 과잉공급 해결 모색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확한 건기등록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등록된 42만여대 건기 실체를 확인하자는 것. 업계는 각종 통계와 정책 왜곡을 부르는 ‘유령건기’(등록은 돼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가 상당 할 것으로 추정한다. 김인유 건기산업연구원장은 “실 건기대수를 파악한 뒤 정책이나 제도가 실행돼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한 건기 매매업자는 “몽골·미얀마·캄보디아 등에 번호판 없는 무적차량이 제법 수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한 사업자도 “명의이전 없이 건기만 거래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수급조절 연구용역을 맡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 책임연구원도 “통계자료에 의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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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16:32]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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