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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제한·정밀검사 안전 관리·책임 강화"
[기획] 사고 잦은 타워크레인 안전, 정부 재해예방책 16일 발표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7/12/16 [11:31]
결함점검강화·노후화 대책 담아
작업지침 준수를, 저가외주 우려

 
▲ 서울의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지브는 사라지고 마스트만 남아 있다.  사고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해 설치해체팀이 작업중이다.  © 건설기계신문
지난 18일 오전 8시. 서울 중랑구 상봉동 하늘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벼락처럼 무너져 내린 것. 1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4동이 들어설 공사현장. 원도급사는 6개월 사용을 대여업체와 계약했다.

45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서 있던 공사장 원도급사 대표 김노근(가명, 58)씨는 당시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타워크레인이 작동하지 않아 공사현장 사람들을 모두 피신시켰는데 얼마 뒤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판단이 인명피해를 막았던 것.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천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너진 타워크레인은 중국산 ‘L'자형 35미터 지브(JIB, 자재를 들고 옮기는 가로축)의 최대하중 2.9톤 제품. 컨트롤러로 작동하는 무인 타워크레인. 김 대표에 따르면, 카운터 지브(평행추가 있는 쪽)와 메인 지브(양중장치가 있는 쪽)를 연결하는 와이어가 끊어지며 메인 지브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김 대표는 “인명사고가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그날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사고예방 대책=타워크레인 사고가 거듭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해지고 허술한 당국의 관리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특단 조치를 마련했다. 낡은 제품을 퇴출하고 결함을 사전에 확인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열린 제1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마련했다. 등록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용 주체별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걸 뼈대로 하고 있다.

먼저, 타워크레인 안전검사 등 관리의무가 연식에 비례해 강화된다. 사용연한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하고, 20년이 넘으면 부품을 분해·분석하는 세부 정밀진단을 통과한 경우만 일정기간 연장한다.

또 15년 이상 된 것은 2년마다 비파괴검사(용접부분 등 주요 부위 균열을 초음파 등으로 검색)를 시행해야 한다. 10년 넘은 타워크레인은 주요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고, 10년이 안 된 경우는 설치할 때와 이후 6개월 단위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또 등록된 모든 타워크레인을 대상으로 허위연식 등록 여부를 확인해 거짓이 드러나면 말소할 방침이다. 수입품의 허위 등록을 막기 위해 수입면장 외 제작사 인증서나 제작 국가 등록증을 제출토록 할 계획. 볼트·핀 등 내력을 많이 받는 안전관련부품은 내구연한이 정해진다.

검사기관 평가제도를 도입해 자격미달 시 퇴출하고, 부실검사가 적발된 검사기관은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도 가할 예정이다.

공사 주체별 안전관리 책임도 명확해진다. 원도급사의 작업감독자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상승 작업시 직접 탑승해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타워크레인 작업자와 조종사 간 신호업무를 전담하는 인력도 배치돼야 한다.

대여업체는 위험요인과 작업절차 등 안전 정보를 원도급사와 설치·해체업체에 서면으로 제공하고, 작업 시작 전 특성 등에 따른 위험요인 등을 교육해야 한다. 아울러 설치·운영과정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기록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설치·해체 업체에 대해서는 등록제가 시행되고, 작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기술자격제도도 도입된다.

 
5년간 30명사망, 안전불감지대

 
△최근 5년간 사고=타워크레인 사고가 대형화하고 있다. 2012년 이후 5년간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6명의 사망자와 25명의 부상자를 낸 거제 삼성중공업 사고, 3명이 사망한 남양주 진건지구 아파트 공사장 붕괴사고, 3명이 사망한 의정부 공사장 사고가 이어졌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환노위)의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5월까지 270건의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해 33명이 숨지고, 252명이 부상했다. 이동식크레인까지 더하면 194명이 사망하고 3937명이 다쳤다. 피해자를 보면, 원도급사 소속 건설노동자는 87명(44.8%)이고, 하도급 노동자는 107명(55.2%)으로 파악됐다.

△대여업계가 본 사고원인=타워크레인대여업계(타워대여업계)는 사고원인의 대부분이 작업불량 때문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설치와 해체 작업시 안전조치 미준수에 따른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것.

대여업체들이 속한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사장 한상길, 타워조합)은 최근 의정부 사고와 관련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해체 작업중 안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고라고 규정했다. 해체시 지브와 마스트가 일직선상에 놓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무게중심 이탈로 타워크레인이 전복했다는 것. 또 해체시 턴테이블(마스트 상단과 조종석을 잇는 선회 장치)과 마스트간 볼트를 체결해야 하는데 이를 준수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안전공단도 타워크레인 설치나 해체시 볼트와 핀 체결이 완료될 때까지 선회(일직선상이 되지 못함)와 작동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지브의 균형유지를 위해 반드시 밸런스 웨이트(무게중심추)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더불어 공단은 타워크레인 사고원인의 대부분을 안전절차 미준수와 안전조치 미흡으로 분석하고 있다. 설치·마스트인상·해체작업시 재해(43건중 29건)가 가장 많았고, 인양시 재해(12건)가 두 번째. 행정안전부도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의 대다수가 안전수칙 미준수(최근 5년간 타워 전체 사고의 74%)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타워조합은 설치·해체 인력의 자격기준 미흡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설치·해체 자격 취득(유해·위험작업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 별표1)은 산업안전보건교육원에서 36시간을 이수하면 된다. 관련 학위자나 민간시험 합격자만 설치·해체를 할 수 있는 미국 일본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이에 타워대여업계는 설치·해체 자격이 단기간 교육으로 이뤄짐에 따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수차례 정부에 기능대학 교육과정 신설을 요구해왔다. 타워조합 관계자는 “설치·해제 인력 자격기준을 강화해 현장성을 높인 전문·숙련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여업계는 검사기관에 불만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검사기관이 대여업계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 타워크레인은 이전 설치 때와 설치 뒤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해야 한다. 6곳(민간 4개, 공공기관 1개, 정부참여기관 1개)의 검사기관이 횡보를 부린다는 것. 서울의 한 대여업체 대표는 “검사 수수료는 10만원 안팎인데, 사전검사나 안전점검 명목으로 적게는 35만원에서 130만원까지 요구한다”며 “돈을 내지 않으면 60일이 지나도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설치·해체사 및 조종사가 바라본 사고원인=타워크레인 사고를 보는 설치·해체사 및 조종사의 시선은 대여업계와 사뭇 다르다. 저단가 재하도급(외주) 구조를 문제삼고 있다. 10년 경력의 김영준씨는 “타워대여업체가 설치·해체를 저단가에 재하도급, 감독책임을 손쉽게 회피한다”며 “결국 노동자들만 목숨을 잃는 산업재해가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는 대여업체로부터 외주를 받아 이뤄진다. 1997년 원도급사에 의한 타워대여업의 하도급이 본격화된 이후 한동안 대여사가 직접 하던 설치·해체 공정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특정 대여사만 거래하는 ‘원팀’(전국 100여개 팀 중 30%), 업체를 가리지 않고 일하는 ‘외주팀’(70%)이 있다.

설치·해체 저가 외주화가 말썽을 일으킨다. 10년간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근무한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는 “설치·해체시 절차만 잘 지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공사가 겹쳐 서둘러 작업(강요)을 하다 보니 절차를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외주화로 장비특성을 미리 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일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외주화에 따른 안전관리 미흡도 사고원인으로 꼽혔다. 많은 일감을 따야 하는 대여업체는 여러 작업일정을 잡다보니 특정 기기에 고장이나 이상을 발견해도 다른 현장의 설치·해체에 차질이 생길까봐 모른 채 한다는 것. 물론 문제를 지적해도, 원도급이나 발주사가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며 거래를 꺼린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무인조종에도 우려가 크다. 인건비 부담이 큰 조종사 고용을 피하려다 사고가 생긴다는 지적. 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보통 타워크레인 조종 면허를 따려면 학원 1년에 2~3년정도 보조 역할을 하는데, 무인조종은 자동차 운전면허시험보다 더 쉽게 딸 수 있다”고 말했다.

 
민관소통기구·현장조사팀 필요

 
△정책 평가 및 보완은=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관행과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는 고강도대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건기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정은 연내 입법예고하고, 하위법령은 내년 3월까지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제한 기준을 연식 20년으로 책정한 것이 그 대상. 대여업계는 이를 가혹한 정책으로 판단하는 반면, 조종(해체사 포함)자들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대여업계는 사용(현장 작업)과 상관없이 세월만 지나면 제한을 받는 게 부당하다는 목소리다. 건기관리법에 따라 형식신고, 확인검사, 신규 등록검사 등을 실시했는데 연식만으로 제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 한상길 타워조합 이사장은 “타워크레인 사고는 인재 영향이 더 크다”며 “형식 승인은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해준 것이고, 건기의 결함이 의심되면 이를 수리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식 20년 이상 타워크레인은 지난 9월 현재 등록크레인 674대 가운데 20.9%인 1268대. 5대 가운데 1대 꼴로 퇴출 대상이다. 대여업계는 1985년 완공된 63빌딩 건립에 사용됐던 타워크레인(32톤짜리 1981년 미국서 수입)이 현재 수원의 한 공사현장에서 운행 중이라며 연식자체만을 문제삼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타워크레인 조종사 등 노동자 측은 노후화 타워크레인 퇴출, 고용개선을 통한 현장 감독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부러지거나 휘는 부품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수 있어 비파괴검사가 아닌 엑스레이검사를 통해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불량장비를 퇴출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논란과 관련해 국토부는 사용연한이 20년이 지나도 안전검증을 통과한 타워크레인은 폐기하지 않는 등 대여업계, 조종사 모두에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오래된 타워크레인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안전검증을 통과(3년 단위로 유예)한 경우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사고 예방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사고를 예방하고 제도개선 등 정책방향을 공유·소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 전문가로 구성된 국영·민간 현장조사팀 설치 요구도 있다. 장인섭 건기안전기술연구원 본부장은“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건기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조사팀이나 관련역할을 할 기관(공공 또는 민간)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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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16 [11:31]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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