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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반전' 외 건기 대여·정비산업 위기
[기획] 건기산업은 천덕꾸러기? ‘미래 산업가치’ 재정립 절실해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8/02/23 [13:44]

개발기 ‘내수호황’ 오간데 없고,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 내몰려
 
건기산업이 불안하다. 제조업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전중인데, 대여·정비·매매업은 브레이크 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한국 건기산업의 현 위치와 미래 방향이 궁금하다. 본지가 건기산업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국내외 건기의 발전사와 산업가치
=건설기계(건기)는 건설시공의 정밀화와 공기단축, 그리고 인간의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고안됐고 이후 산업으로 발전·성장해 왔다.

건기 시초는 1837년 윌리엄 스미스 오티스가 발명한 증기식 건기. 90여년간 철로·운하 건설에 사용됐다. 1927년 가솔린엔진이 증기를 대체했다. 그리고 20년 뒤 유압건기(영국 JCB 개발)가 출현했다. 작동이 쉬워졌고 빠른 작업이 가능해졌으며, 가격도 싸졌다.

건기산업 발전은 미국·유럽이 주도했다. 유압건기시대인 60년대 들어 일본이 따라붙었다. 한국은 해방 뒤 미군정청이 남기고 간 건기를 사용하며 첫 발을 뗐다. 60년대 울산공단, 경인·경부 고속도 공사 등을 하며 미국 캐터필러나 일본 코마츠를 수입해 사용했다.

70년대에는 국내업체도 건기조립을 시작했다. 현대양행(주)이 불도저·기중기·로더·지게차 등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우중공업(주)이 굴삭기를, 현대차(주)와 동아차가 콘크리트믹서트럭, 동명중공(주)가 지게차를 제작했다. 건기의 민간보유가 가능해졌고 대여·정비업이 분화했다.

80년대엔 도로ㆍ항만ㆍ공단 등 SOC 확장, 도시 아파트·지하철 등 거대 건설공사로 건기(수입) 수요가 급증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국내 제작업체가 20여개로 늘었다. 내수 호황으로 89년 8만8천여대가 등록됐다. 91년에는 15만4천여대로 2년 사이 2배 급성장했다.

90년대 제작사가 30여개로 늘었고, 98년에는 3만18대를 생산하고, 총 2만4719대를 수출했다. 수출의 97%가 OEM(주문자 상표 생산)방식이었으나, 일부 제작사가 독자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91년 이후 OEM수출비율이 41%로 감소됐다.

2010년 한국건기는 세계 6위 생산·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대여업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 쇠퇴기로 진입했다. 해외 선진시장은 이보다 10여년 앞선 90년 대 후반 과잉공급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 사업 대형화가 이뤄진 것. 도시의 유지보수를 위한 미니건기와 스키드로더 등의 소형 수요가 증가한 것.

일본의 경우 90년 건기판매액이 2조엔을 넘어 최대 호황기를 맞았지만 10년 뒤 8천억엔으로 급감했다. 사업보존을 위해 제조사들은 금융사와 협력해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영세 대여사업자가 도태한 것. 미국의 대여시장도 유사하다. 2004년부터 매해 절반 가까이 수요가 줄었고,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대형렌탈업 창출로 이어졌다. 2005년 23만대의 수요가 2009년 7만대로 떨어졌다.

유럽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영세 건기대여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12개국 4천여 대여업체가 모인 유럽건기대여협회(European Rental Asociation, 이하 유럽건기협)에 따르면, 유럽 건기대여업은 개인사업자, 산업자본을 이용한 중소업체, 금융자본이 참여하는 대형업체로 나뉜다.

개인사업자는 터키·폴란드 등 동유럽국가에 주로 형성돼 있다. 유럽건기협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보호를 위해 일정규모의 건설현장에는 대형건기업체의 진입이 금지됐다. 또한 개인사업자가 언제든지 금융자본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사와 협약을 맺고 있다.

유럽도 영세대여업 보호법규 있어

△신성장 건기제조업 가치=국내 건기제조업의 가치는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건기생산액은 7조4310억원. 내수는 2조950억원, 수출은 46억2300만달러. 1998년과 비교하면, 생산액은 575%(당시 1조1천억원), 내수는 480%(당시 3611억원), 수출은 552%(당시 7억9백만달러) 급성장했다. 전체 제조산업 생산의 1.5%(98년 0.8%), 전산업 수출의 1.5%(98년 0.54%)를 차지한다. 98년 세계매출의 1.2%에 불과했던 한국건기가 지난해 5.2%를 차지, 세계 6위로 올라섰다.

건기는 수출효자상품으로 그 가치를 높였다. 정부는 제도개선,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세계 시장개척 등을 지원했다. 인증을 간소화해 물류비·수수료부담을 줄였고, 형식신고를 단순화했다.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하고 기술개발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국책 전략기획사업으로 지정돼 여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조산업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2012년 이후 성장세를 멈췄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 총생산액이 2012년 11조5140억원에서 2016년에는 7조4310억원으로 급락했다. 수출은 2012년 78억200만달러에서 지난해 46억2300만달러로 68.7%나 떨어졌다. 내수 역시 2012년 2조4780억원에서 지난해 2조950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 한국건기 판매하락세가 세계건기시장 불황 때문이란 주장이 있다. 2012년 1861억6600만불이던 세계 50대 건기제조업 매출이 지난해 1295억5010만불로 축소했기 때문. 하지만, 미국·중국을 뺀 대부분의 선진국이 성장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12년과 지난해 세계건기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 34.8%->28.1%, 일본 23.1%->24.7%, 중국 15%->11.4%, 독일 6.4%->9.1%, 스웨덴 6.8%->8.5%, 영국 2.3%->2.7%, 프랑스 1.7%->2.4%를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은 5.5%에서 5.2%로 떨어졌다. 비슷한 수준의 독일·스웨덴·영국·프랑스 등이 비중을 높여 갔는데, 한국은 후퇴한 것. 한국 뒤를 밟는다던 중국은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원인은 제조기술 부족과 질적 성장의 한계. OEM조립품을 대거 납품하던 시절에 멈춰 새 도약을 못하고 있는 것.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이 그를 반영한다. 경남의 한 부품업체 대표는 “국산 건기 70%는 해외 부품에 의존한다”며 “이를 개선해야 선진건기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한국건기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79.8. 미국을 100으로 보면 일본과 유럽이 97.3, 중국이 69.4포인트다. 건산협의 2015년 ‘국제경쟁력 분석자료’도 유사하다. 한국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일본 등은 110~120 기술력을 보였다. 5포인트 만회기간이 1년 정도이니 3~4년 뒤지는 셈. 중국은 85~90으로 한국에 2~3년 뒤졌다.

미래 제조산업 가치도 불투명하다. 차세대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선진 기술트렌드는 ICT·융복합(스마트)과 친환경 두 갈래로 구별된다. 거기에 안전 및 내구성 향상을 추가할 수 있을 정도. 건품연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대비 70%를 밑도는 수준. ICT융복합 기술(반복작업 자동화)은 일본 소키아(Sokkia) 대비 30%, 기능안전시스템은 스웨덴 볼보(Volvo)의 40%, 군집 무인화시스템은 일본 코마츠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차세대건기 기술개발 지원·투자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 건품연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50억원대 정부투자가 진행됐다. 170억원이 기반구축에, 80억원이 기술개발에 투입됐다. 선진국 대비 15% 수준. 건산협 한 관계자는 “건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세제금융지원 인센티브가 없다”며 “저탄소제품 구매를 지원하는 일본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 국내 건기제조업체 360여개 중 종업원 100인 미만 기업이 337개. 하지만 건기생산(액)은 500인 이상 4개 업체가 60%를 점한다. 굴삭기와 로더 등 특정제품에 편중된 제조산업구조를 유지, 미래건기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천·차세대 기술 개발 서둘러야

△쇠락하는 대여·정비·매매업의 가치=대여·정비·매매업의 가치는 쇠락하고 있다. 소멸되는 건 아니다. 규모는 바뀔지 모르지만 탄탄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조(가치) 조정 작업이 필요한 때다.

대여업은 ‘과거명성’만 전설로 간직한 채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조종사 월급과 유류비 등을 빼고 매월 수백만원(조종사 월급 15만원이던 때) 수익을 남기던(6톤 덤프사업을 한 김수정씨) 70년대의 낭만은 과거지사. 굴삭기 1대에 조종사 3명을 데리고 다니며 중소기업 수익을 냈던(중형굴삭기 사업을 한 이익선씨) 때와는 달라졌다.

공급과잉이 그 중심에 있다. 대여업자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수익은 줄었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에 따르면, 믹서트럭사업자 한 달 수입(비용과 대출금상환 빼고)은 1백여만원에 불과하다. 지게차도(전국지게차연합회 설문) 지난해 평균 월수입은 250만원선. 굴삭기(서울건기연)는 350여만원이 남는 게 고작이다. 인건비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등록된 건기대수는 46만6천대. 첫 통계가 시작된 61년 1129대였던 것이 90년 11만8740대, 2000년 25만9859대, 2012년 40만대를 넘어섰다. 종사자도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0년 1만개 대여업체 수가 지난해에는 1만4천개로 증가했다. 대여업자 1인당 평균 소유건기는 1.33대. 조종사도 2000년 30만명에서 지난해 112만명으로 늘었다.

일감은 줄었다. 90년대 위축되기 시작한 건설투자성장률(3.4%)은 2000년대 들어서는 2.3%, 2010년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 건기대여시장은 8.3조원 규모. 1대당 연매출이 3천8백여만원(시장규모/영업용건기대수). 유류비·유지비·보험료 등을 빼면 연 2천5백여만원을 버는데, 여기서 대출금 상환을 또 빼야 한다.

건기대여업을 보는 정부나 건설업계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대여업을 담당하는 중앙정부 부서는 건설인력기재과 내 5급 사무관이 고작. 지난해부터는 건설업 관리감독부서로 편입, 주무관(6급)이 담당하고 있다. “장관이 건기대여업을 할 만큼 관심이 컸다”(70년대 대여업자 문양식씨)던 옛날과 천양지차. 건설사들의 건기업자 깔보기도 심각하다. 옛 ‘노무자’ 취급한다는 게 대여업자들의 하소연.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건기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늘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의 ‘4차 산업혁명 대비 건설산업 경쟁력 진단 용역’ 자료에 따르면, 건설산업 경쟁력강화의 가장 큰 역할은 건기에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과 융합한 건기가 대부분의 건설공정 주역을 맡을 것이기 때문. 활용도가 현재 보다 더 늘 전망.

건기는 건설현장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 재난·재해 구조·복구 때 맹활약을 한다. 지난 11월 청주 폭설로 교통이 마비됐을 때 건기들이 길을 열었다. 그 달 포항 지진 때도 건기들이 복구작업 일선에 섰다. 법(건기관리법)에 따라, 국가안보(비상사태 때) 상 동원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건기대여업의 가치를 재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중 하나는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급조절. 2007년 법조항을 만들어 덤프·믹서·펌프카 수급조절을 시행중이다. 가장 심각한 굴삭기는 10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주성 전건연 회장은 “굴삭기 수급조절이 절실하다는 연구나 통계자료가 분명한데 정부가 수용하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업계를 홀대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감이 바뀌는 추세도 대여산업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한국 건설시장이 신축(축소·쇠퇴)보다는 리모델링·도심재생·SOC유지보수 위주로 바뀔 것이란 전망. 안전에 관심이 커지며 재해재난 예산투자가 느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명철 전건연 정책국장은 “관련시장에서 건기업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나 자치단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과 매매업은 건기 대여업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건기정비업은 매해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업계의 한 설문조서에 따르면, 사업자 65%가 사업악화를 전망한다. 짧아진 건기사용 연한(3~5년) 때문. 정비 일거리가 사라지는 진다는 것. 게다가 부품교체 중심으로 정비개념이 바뀌는 것도 사업악화를 초래한다.

여기에 더해 불법정비도 업계의 가치추락에 한몫하고 있다. 불법이 합법(1800여개, 덤프믹서 정비업 포함)의 2배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술인력이 날로 주는 데다 최신기술을 제 때 습득하기 쉽지 않는 구조도 말썽. 그러다보니 구인난이 심각하다. 경기 광주에서 정비업을 하는 김대권씨는 “3D업종으로 각인돼 찾는 이가 없다”고 말한다.

건기매매업도 엇비슷한 현실. 불법업자들의 난립과 이로 인한 업계 단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대여일감이 줄고 신제품 사용연한이 줄며 중고거래가 급감,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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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3 [13:44]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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