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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집단’이 ‘갑’에 횡포라고? 천만의 말씀
[기획] 대여사업자의 건기임대료 인상캠페인 불공정거래인가?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8/05/04 [14:48]
‘갑’ 뒤에 숨은 ‘갑 연합’ 편들기 우려
공정거래취지와 ‘공정잣대’ 잘 세워야
공급과잉 쇠락업계 살릴 정책 절실해

 
건기대여사업자들이 적정임대료 캠페인을 벌이는데,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규제 칼’을 빼들어 말썽이다. 갑을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공정거래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 ‘을 연합’을 제재한다곤 하나 사실상 ‘갑’과 그 뒤에 가린 ‘갑 연합’을 편드는 게 아니냐는 것. 본지가 논란의 내막을 짚어봤다.

 
△적정임대료 받기 캠페인=봄, 건기 작업이 본격화하는 때다. 건기대여단체들이 발주처와 건설사를 상대로 적정임대료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국건설기계충북연합회(이하 충북연)는 지난 달 27일부터 이틀간 11개 시군에서 적정임대료 홍보활동을 벌였다. 회원·비회원과 한국·민주 노총 노조원(일부)이 참여했다. 표준품셈(물가정보)에 근거한 대여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현장은 적정임대료 지급과 하루 8시간 작업을 약속했다.

전국건설기계경북연합회(이하 경북연) 산하 대형협의회도 지난 2일부터 적정임대료 홍보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대형굴삭기 하루 임대료는 32만원 수준(유류비 제외). 10년 전과 같다. 소모품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 따라서 40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건설사들은 수용했다. 이종우 경북대형협의회장은 “건기 값부터 부품비까지 매년 오르는데, 임대료만 제자리”라며 “임대료를 현실화해야 하는데 ‘갑’ 건설사들이 무시해 건기업자들이 모여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건설기계대구연합회(이하 대구연)도 적정임대료 받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회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적정임대료 지급과 행정관청(발주처)의 건설현장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많은 건기대여업자들이 임대료체불로 고통받고 있는데 대구시가 전시행정으로 체불피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구연은 또 “시가 건기임대차계약서 작성 유무와 임대료 지급보증서 발급을 확인해야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위법에 건설사 행정처분 또한 미미하다”며 “건산법 제83조에 따라 처분권을 위임받은 대구시가 직무유기를 해 건기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건기임대료 인상에 대한 공정위 제재=건기대여단체가 임대료 현실화를 위해 여러 홍보·캠페인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공정위가 2개 단체에 ‘불공정거래 제재’를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 하는 건기대여료 때문에 사업존폐 위기로 내몰려 “좀 올려달라”고 한 게 ‘공정거래법 위반’ 제재를 받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

공정위는 지난 12월 전국건설기계김천연합회(이하 김천연)에게 사업자단체 가격 결정행위(공정거래법 제26조제1항제1호, 제19조1항1호에 근거) 등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6천만원과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김천연은 2013년 2월초 굴삭기 임대료를 규격별로 35만원~65만원(1일 기준)으로 정하고 3월 1일부터 시행키로 결의했다. 내역이 기재된 유인물을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회원들은 임대견적서 제출시 김천연이 정한 임대료를 적용하거나 기준으로 활용했다.

공정위는 또 김천연이 2012년 1월 임원회의와 회원 찬반투표로 회원의 굴삭기 작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로 정하고, 순찰하며 회원 작업시간 준수여부를 감시했다. 위반 회원을 경고·제명했다. 2012년 1월 정기총회에서 비회원과 굴삭기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 회원에게는 1~2회 적발시 하루일대를 회수하고 3회 적발시 제명키로 결의, 회원에게 통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전국건설기계포천연합회(이하 포천연)에도 가격 결정행위라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4월 건설사에 건기임대료를 전년대비 10만원을 인상하겠다고 한 것이 적발된 것.

 

김천연·포천연 규제, 법리적용 논란

 

△‘사업자단체 가격 결정행위’ 법리=공정위는 김천연·포천연의 가격 결정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1항1호’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사업자단체 가격 결정행위에 해당하려면 △사업자단체의 가격결정과 구성원에게 전달(표시) △단체가격결정행위가 회원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단체 가격결정에 따른 부당 경쟁제한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사업자단체(연합회)의 의사에 따른 가격 결정행위 존재와 그 결정이 구성사업자(회원)에게 표시됐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총회·이사회·임원회의·분과위 등(형식 구애 없이)의 결의·결정, 정관·규정 또는 사업계획서 등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연합회의 의사로 봤다. 또한 연합회의 의사표시(회원에게)로 회의개최·문서송부·전화통보 등을 들었다. 김천연·포천연이 이에 해당됐다는 것.

둘째, 가격결정행위가 회원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냐는 점인데, 앞서 첫 번째(연합회가 결정하고 회원에게 인지) 위법요건으로 미루어 영향을 미쳤다고 간주했다. 회원이 연합회의 결의사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기에 그렇다는 것. 또 회원이 연합회의 결정에 따른 경쟁회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연합회 결정이 회원을 직접 구속할 정도가 아니라 요청·권고에 그치더라도, 회원이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도 연합회가 회원의 임대료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셋째, 부당한 경쟁제한 여부다. 공정위는 연합회의 시장점유율, 경쟁자의 수와 공급 여력, 대체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 판단한다고 밝혔다. 회원이 경영 사정·전략 및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연합회가 결정해 회원의 경쟁력을 확보케 하고 경쟁을 회피하도록 했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 공정위 한 관계자는 “건기 임대시장에서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타 지역 시장에서 유사 위법행위를 예방하려고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결정에 대한 업계 갑론을박=이같은 공정위 결정에 건기업계는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건설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건기업계는 먼저 공정위가 △사업자단체의 가격결정과 구성원에게 전달 △단체가격결정행위의 회원 가격결정 영향 △단체 가격결정에 따른 부당 경쟁제한을 모두 충족해야 법위반이라고 해놓고 첫번째 ‘사업자단체 가격결정과 공표’만 확인하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추정(유추)해 위반이라고 판정했다고 반박했다. 두번째 세번째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

건기대여업계는 건설사가 수년간 건기임대료를 인상하지 않고 있으며, 약자인 건기대여업자들이 이에 대항해 적정임대료를 모색하고 상대편 업계에 이를 제안하는 건 하등의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유부근 포천연 회장은 “매년 새 건기와 부품, 조종사임금·유류비 등이 인상되는데 건기임대료(건설사 지급)만 10년간 제자리”라며 “힘없는 건기업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함께 호소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건기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기대여업체와는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덤핑이나 저가 임대료를 받는 업체를 찾아 계약을 맺는 것. 최창섭 경기건기연 회장은 “‘갑’인 건설사를 상대로 개별적 건기임대료 인상은 불가능하며, 인상을 요구했다간 바로 쫓겨난다”고 밝혔다.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받은 건기임대료(인상분 반영)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도 건기대여업체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문성진 전국건설기계연합회 현장팀장은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받을 때 건기임대료를 표준품셈에 근거해 받으며 임대료를 줄 때는 깎고 준다”며 “건기대여업자에게 가야할 몫을 건설사가 갈취하는 현실을 공정위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천연의 공정위 경고조치 역시 지역 건설사들의 신고로 이뤄진 것. 이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직접노무비의 90%가 건기임대료가 될 만큼 건설공사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건기단체가 임대료를 인상하겠다 통보하고 안 지키면 작업하지 않겠다고 압박해 피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건설사 임원도 “건기시공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에서 건기대여업자들이 단체로 한 건설사를 상대로 압력을 가하는 건 시장자율을 침해하는 못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숫자 논란에 건기업자들 죽어간다

 

△정책적 모순에 대한 제언=공정위 관계자는 김천연·포천연 결정과 관련해 본지와 통화에서 “2인 이상 단체일 경우 공정거래법상 제재 대상”이라며 “여러 건기대여업자가 모인 단체가 가격 결정을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법리적용을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놓친 게 있다. 불공정 거래 여부를 제대로 판단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을’의 눈물을 닦아 주려는 역할을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이주성 전국건설기계연합회장은 “정부가 제재뿐 을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건기대여업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분노했다.

건기대여업계는 현재 도태위기에 몰려 있다. 일감부족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출혈경쟁 때문. 대한건설기계협회(회장 전기호)에 따르면, 건기 가동률이 1997년 67%에서 2016년 40%까지 하락했다. 미래 예견도 절망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까지 2011년 가격으로 임대료가 동결될 걸로 전망했다.

이처럼 일감은 줄고 미래도 불투명한데 지출은 늘고 있다. 건기대여업계에 따르면 06(㎥, 버켓용량)자주식굴삭기 하루 대여료가 60만원 선. 한달 열흘 일한다니 월매출은 600만원. 유류비 170만원(25%), 제세공과금·보험료 30만원, 소모품비 25만원(타이어 포함 연 500만원), 그리고 정비비·세금·감가상각을 빼면 매출의 30~40%인 200~250만원 수익을 낸다.

건기대여업계의 이런 수익 분석은 정부 조사와 일치한다. 2016년 말 고용부가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 의뢰한 ‘건기종사자 노무제공 실태조사’에 따르면, △굴삭기대여자 월소득은 300~400만원 △덤프트럭 200만원 △지게차 200~400만원 △펌프카는 300~400만원(조종사 임금 제외)이었다.

이에 건기대여업계가 ‘건기 수급조절’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덤프·믹서·펌프카만 대상으로 선정하고 공급과잉이 가장 심각한 굴삭기와 지게차는 뺐다. 김항경 한국파일드라이버협동조합 이사장 권한대행은 “그 시장이 건기대여업자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중”이라고 토로한다.

새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건기대여업계는 역시 제외됐다. 전문건설사들의 적정공사비, 화물차업계의 표준운임제, 건설노동자들의 적정임금제 등을 논의 중인데, 건기대여업자들의 적정임대료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건기대여업자 집단이 한 건설사를 위협한다고 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을 연합’이 ‘갑’에게 횡포를 부린다는 것인데, ‘갑’ 뒤에 숨은 ‘갑 연합’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 강성조 전국지게차연합회장은 “건설사 눈 밖에 나면 끝장나니 그들의 요구를 최대한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건산법과 건기법에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건기임대차계약서 작성과 건기임대료 지급보증서 발급(발급률 10%, 2018년 국회 검토보고서)을 지키지 않는 건설사가 다수라는 점에서도 ‘건기대여업자에 대한 건설사의 지배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장인섭 건기안전기술연구원 본부장은 “건설사의 큰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한 건기대여업자 개개인의 의사를 사업자단체의 결정으로 해석해 ‘다수(건기대여업자)가 소수(건설사)에게 행사한 힘’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건기대여단체를 통한 임대료 인상 요구는 건설사와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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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4 [14:48]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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